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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의 향기 테이크아웃하다

글쓴이: 초록샤인  |  날짜: 2012-10-30 조회: 4778
http://cook.pruna.com/view.php?category=REgKL1Yq&num=Eh5HdBU%3D&page=8   복사
목적 없이 길을 나선 소설가 구보씨가 차 한 잔 시켜놓고 벗을 기다리던 곳. 어두웠던 시절 삼삼오오 모여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며 혁명을 꿈꾸던 곳. 이제는 지방 변두리에서나 간간이 모습을 보이는 곳. 다방이다.

지금은 퇴폐 문화의 온상지란 오명을 둘러쓴 다방이지만, 한 때는 커피라는 최신식 서양 음료를 전하던 모더니즘 전파의 장소, 때로는 시 낭송과 사진전이 열리던 문화·예술 교류의 장이었다.

◇문화·예술 교류의 장_혜화동 학림다방

1956년 문을 열어 아직 '다방'의 모습을 간직한 학림다방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황동일 문화평론가는 "학림은 아직도 여전히 60년대 언저리의 남루한 모더니즘 혹은 위악적인 낭만주의와 지사적 저항의 70년대쯤 어디에서 서성거리고 있다"고 회고했다. 그의 말대로 주변의 화려한 조명에 감춰진 간판을 찾아 들어서면 이층으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이 보인다. 대리석에 밀려 지금은 보기 힘든 60여년 전 나무 계단을 밟고 올라서면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몇 년씩 태엽이 뒤로 감기며 가게 안에 들어설 때쯤에는 60년대 어느 학교 앞 다방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학림다방이 대학로 한복판에서 56년간 그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던 것은 '지키기 위한 노력'에 있었다. 네 번째 주인 자리를 맡아 27년째 학림다방을 지키고 있는 이충열 학림다방 대표는 "하드웨어는 오래됐지만 소프트웨어는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일명 '다방커피'를 팔지 않는다. 대신 직접 블랜딩하고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한다. 국내에 원두가 흔하지 않던 1997년부터 직접 원두를 볶아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외환위기 때 다방 문을 닫을 뻔 했지만 그는 이렇게 힘든 시절을 극복했다. 이 대표는 "정체돼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지켜야 할 것은 지키면서도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그 노력에 지금은 새로운 것을 찾는 20대부터 추억을 되짚는 80대, 한국적 정취가 궁금한 외국인까지 아우르는 공간으로 여전히 숨 쉬고 있다.




다방의 향기 테이크아웃하다

[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1950년대 모습을 고스라니 간직한 대학로 학림다방. 20대부터 환갑을 훌쩍 넘긴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커피 한 잔에 70년대로 시간여


행_명동 왕실다방

'서울의 달'을 기억하는가? 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부모 손에 이끌여 선을 보러 간 남녀 주인공이 만나던 그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그야말로 옛 다방 분위기가 그립거나, 또는 궁금하다면 명동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명동 한 켠에서 왕실다방은 60여년간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왕실다방이 생겼을 때 사춘기 언저리에 머물렀을 연배의 '마담'은 "생긴지 한 60년 됐나.. 주인은 중간에 한 번 바뀌었지"라며 옛 시절을 떠올렸다. 파란 간판 아래 유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월이 쌓인 담배 냄새와 곰팡이 냄새가 섞여 코 끝을 자극한다. 여기에 팔걸이 없는 갈색 가죽 소파와 백설탕이 가득한 흰 설탕통, 영화 넘버쓰리에서 송강호가 던졌던 커다란 유리 재떨이까지 지금 다방에 와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저녁엔 손님이 없어 오후 7시면 문을 닫는단다.

◇이상이 21세기 서울에 다방을 차린다면.._상수동 제비다방

만약 소설가 이상이 2000년대에 다방을 차렸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상수동 제비다방은 문화와 예술, 여유를 상징하던 다방의 현대 버전이라 할 만하다. '제비'라는 이름 또한 당대 이상이 종로에 만든 다방에서 따왔다. 그 무렵 제비다방은 구보 박태원, 윤태영 등 문인들의 아지트였던 곳. 상수동 제비다방 또한 독립예술인들의 놀이터 같은 공간이다. 한 편에서는 일대일 기타 강습이 이뤄지기도 하고 나지막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낮에는 차를 파는 다방이지만 어둑해지면 간판은 슬쩍 '취한 제비'로 바뀐다. 10평 남짓한 공간에 지하와 1층으로 구성된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십 개 알전구로 장식된 무대다. 무대 위쪽 천장(1층 바닥)을 드러내 1층에서도 공연을 내려다볼 수 있게 했다. 매주 주말이면 술과 함께 인디 밴드들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지하 벽면엔 책과 오래된 잡지, 지금은 찾기 힘든 비디오 테이프, 만화책 등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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