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구울 땐 석쇠보다 불판을 써야

‘소귀에 경읽기’‘황소 고집’‘소뒷걸음치다 쥐 잡는다’…. 올해는 기축년(己丑年), 소의 해다. 소는 개(1만2000여 년 전) 다음으로 가축화된 지 오래된(1만 여 년 전) 동물이다. 친숙한 동물이어선지 소를 빗댄 속담이 한둘이 아니다. 육류 공급원으로 우리의 건강을 돕기도 했다. 등심·안심 등 살코기는 물론 갈비·양(위)·간·꼬리·천엽(위의 일부)·힘줄·혀·소장(곱창)·콩팥·염통·뼈(사골)·허파·선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위가 먹거리로 쓰인다.


쇠고기 구울 땐 석쇠보다 불판을 써야쇠고기의 단백질과 지방
영양적으로 쇠고기는 대표적인 단백질 식품이다. 100g당 15.2(목심)∼21.3g(양지)이 단백질이다. 이는 콩의 절반 수준(노란콩, 100당 36.2g). 단백질은 우리 몸의 살과 피를 구성하고, 면역물질·호르몬 등의 원료가 된다.

쇠고기는 지방 함량이 부위마다 크게 다르다. 갈비·등심에 상대적으로 지방이 많다. 꼬리의 지방 함량은 100g당 41.7g에 달한다. 살(근육) 사이에 고루 퍼져 있는 근내지방을 마블링이라 한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쇠고기 지방은 혈관에 해로운 포화지방이 많으며 지방 함량은 부위에 따라 다르다”며 “갈비는 100g당 14.9g이 지방인데 이 중 포화지방은 6.4g, 불포화지방(혈관 건강에 유익)은 8.5g”이라고 말했다.

쇠고기의 콜레스테롤 함량은 100g당 55∼70㎎. 콩팥(310㎎)·간(246㎎)·내장(190㎎)엔 이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정부가 정한 콜레스테롤의 하루 섭취 제한량은 300㎎. 포화지방·콜레스테롤이 많은 부위를 과다 섭취하면 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에 걸리기 쉽다. 적색육을 다량 섭취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도 커진다. 세계암연구기금(WCRF)은 적색육 섭취를 주당 500g 이하로 줄이라고 권장한다.

쇠간은 비타민 A의 보고
쇠간은 5g만 먹어도 하루 비타민 A의 섭취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단백질의 질을 나타내는 단백가도 살코기보다 높다. 값도 비교적 싸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살코기보다 부패·변질이 빠르고 역한 냄새가 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에선 간소시지를 만들어 먹는다. 간을 갈아 다른 식품에 넣어 먹기도 한다. 쇠간에 소금을 뿌린 뒤 30분가량 두면 간보(껍질)가 벗겨진다. 이때 간이 너무 흐물거리면 냉동실에 잠깐 넣었다가 칼질을 하는 것이 요령이다.

오산대 식품조리학과 배영희 교수는 “썬 간을 우유에 30분가량 담가놓으면 비호감이던 맛과 냄새가 대부분 빠진다”며 “우유가 지용성인 간의 냄새 성분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막걸리·레드 와인에 담가둬도 비린 냄새가 사라진다.

선지는 철분 덩어리
선짓국의 원료가 되는 소의 피(선지)는 무지방 식품이다.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하다. 선지의 100g당 철분 함량은 23.7㎎으로 쇠갈비(3㎎)·등심(4.6㎎)은 물론 쇠간(삶은 것 6.5㎎)보다 훨씬 높다. 빈혈 환자에게 추천되는 이유다. 최대 결점은 과다 섭취하면 변비가 생기기 쉽다는 것. 선짓국을 끓일 때 우거지·콩나물·무 등 식이섬유(변비 예방에 유효)가 풍부한 채소를 넣으면 예방할 수 있다.


쇠고기 구울 땐 석쇠보다 불판을 써야쇠고기 탈 없이 먹으려면
쇠고기는 단백질 식품이니만큼 식중독균·부패균 등 세균도 좋아한다. 식중독균을 죽이려면 75도 이상 열을 가해 충분히 익혀야 한다. 이때 직화하거나 석쇠로 구우면 벤조 피렌 등 발암성 물질이 생길 수 있다. 우리 전통 조리법대로 쇠고기를 찌거나 삶으면 이런 유해물질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석쇠보다는 불판이 낫다.

사골을 끓일 때는 1시간쯤 담가 뼈톱밥이나 골수 성분 등을 걸러내는 것이 좋다. 건국대병원 이은 영양팀장은 “사골의 뼈톱밥을 ‘칼슘 덩어리’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며 “뼈톱밥은 우리 몸에 유용한 칼슘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쇠고기를 먹을 때는 채소를 곁들인다. 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는 “쇠고기에 없는 비타민 C·식이섬유 등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다”며 “이들 항산화 성분이 쇠고기가 탈 때 생기는 발암물질을 상쇄한다”고 설명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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