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게 먹는 대한민국 하루 5g 줄이면 혈압 ↓한때 화폐의 가치만큼 소중했던 소금이 요즘 천덕꾸러기 신세다. 국민병인 고혈압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홍순표 조선대 의대 교수)는 2009년도부터 ‘소금 섭취 줄이기’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대국민 캠페인을 펴기로 했다.

지난 10월에 개최된 세계의사회에서도 ‘염분 섭취를 줄이자’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문제는 소금이 음식의 맛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평소 짜게 먹는 사람의 습관을 바꾸기가 금연만큼 어려운 이유다.

◆정말 많이 먹는다=우리나라 사람들이 짜게 먹는 것은 세계가 인정한다.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2g. 특히 나이별로는 30∼40대가 가장 높아 15g을 기록했다. 어린이도 하루 10g이나 섭취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인 5g의 2배에 이른다.

소금 5g이면 찻술 하나 정도. 하지만 13g이 넘으면 밥숟가락 하나 가득 떴을 때의 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가장 짠 식품은 1위가 김치, 2위 칼국수, 3위 김치찌개, 4위 미역국, 5위 된장국, 6위 라면 순이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김종진 교수(심장혈관내과)는 “칼국수는 면을 쫄깃하게 하기 위해 반죽할 때 소금을 넣고, 해물 등 부재료와 조미료에서 염분이 또 첨가된다”고 설명했다.


짜게 먹는 대한민국 하루 5g 줄이면 혈압 ↓
일본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추진 중인 ‘건강일본 21’프로젝트에 소금섭취 제한을 주요 테마로 잡았다. 보건소 중심의 영양교육, 저염조리실 운영, 그리고 저염식품 생산을 유도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2000년 일일 19.7g이었던 소금 섭취량이 2004년 12.3g으로 내려앉았다.

영국은 2005년부터 주요 식품군 10종에 대해 소금 함유량 10% 줄이기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보건성과 식품기준청이 2010년까지 현재의 소금 섭취량 9g을 6g으로 줄이는 운동을 펴고 있다.

◆소금에 혈관이 찌든다=인체 혈관에 악영향을 미치는 성분은 소금에 들어있는 나트륨이다. 혈관의 내피세포에 작용해 혈관을 수축시킨다. 신촌세브란스 정남식 교수(심장내과)는 “나트륨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칼륨을 몰아내 내피세포를 죽게 하고, 그 결과 혈관 수축 물질이 생성돼 혈압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 세계 심혈관질환 사망 중 25% 정도가 고혈압이 주요 원인이다.

이대병원 신길자 교수(순환기내과)는 “지나친 소금 섭취가 혈관에 수분을 끌어들이는 현상도 혈압 상승의 원인”이라며 “삼투압 작용으로 혈액량이 늘어나 혈관의 압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과다한 소금 섭취는 혈압과 관련된 각종 질환의 위험을 증대시킨다. 하루 소금 섭취가 5g 증가할 때 허혈성심질환의 위험률은 1.56배, 뇌졸중은 1.36배로 증가한다.

반대로 소금 섭취를 낮추면 혈압이 떨어진다. 412명을 대상으로 30일간 하루 소금 섭취를 8.25g에서 3.75g으로 낮춘 결과, 평균 수축기 혈압이 6.7㎜Hg , 이완기 혈압은 3.5㎜Hg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홍순표 교수는 “여기에 저지방·저칼로리·고섬유소 식사를 병행하면 추가적인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적게 먹어야 오래 산다=우리나라도 최근 들어 소금 섭취가 줄긴 했다. 2005년 평균 13.4 g에서 2007년엔 12g으로 감소했다.

소금 섭취를 줄이는 첫 번째 수칙은 자신이 얼마나 짜게 먹는지를 아는 것. 우선 염도계를 준비하자. 염도계는 음식에 들어간 소금의 양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고혈압·당뇨 환자 등 성인병을 걱정하는 가정에선 필수품이다.

국이나 찌개류에 센서를 넣고, LCD창에 뜬 염도(%)를 읽는다. 0.3~0.4% 이하여야 정상이다. 이보다 높아야 음식 맛이 난다면 목표치를 정해 조금씩 염분 사용량을 제한한다.

다음은 가정주부의 역할이다. 음식의 목표 염도와 맛을 기억한 뒤 조리를 하면서 소금·간장·된장·고추장 등의 양념을 줄여나간다. 음식은 온도에 따라 짠맛이 다르므로, 음식을 약간 식힌 상태에서 확인한다.

군것질거리에도 소금이 들어간다. 한 소비자단체가 7개 업체 스낵류 과자 2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3개 제품에서 나트륨 함량이 100g당 0.5g을 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