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결혼해서 내가 34번 째 차려주는
울남편 생일이었다.
원래는 8월 11일인데 그날은 평일이라
울남편만 빼고는 모두 직장에 나가야 하므로
부득이하게 날짜를 앞당겨
일요일 저녁에 모여서 같이 식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작년엔 갓 결혼한 아들내외가 울남편 생일에 맞춰
집들이겸 해서 생일상을 차렸었는데
이번에는 며느리가 출산을 두달 앞두고 있어 힘들어 할까봐
그냥 내가 준비할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마음은 이것저것 많이 준비하고 싶었지만
날씨가 어찌나 덥던지
가스불 앞에 서 있는 그 자체가
저승사자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다.
해서 이것도 생략, 저것도 생략하다보니
조촐한 상차림이 되었다.
<<크림치즈케이크>>
<<늙은호박옥수수전>>
<<단호박견과류샐러드>>
<<골뱅이무침>>
<<멸치견과류볶음>>
<<미나리나물무침>>
<<느타리버섯무침>>
<<닭가슴살냉채>>
<<닭다리오븐구이>>
소스는 냉장고에 있는 줄 알았던 케첩이 없어
순간적으로 난감했는데
더운 날씨에 사러가기도 귀찮고 해서 즉흥적으로
고추장2큰술, 마요네즈2큰술에 유자청을 적당히 넣고
달콤하게 만들어 내놓았는데
의외로 식구들 반응이 좋아
"닭다리오븐구이"가 인기폭발했었다.
<<소고기불고기>>
며느리가 불고기를 재워오겠다고 해서
솜씨를 맘껏 발휘해서 맛있게 해오라고 했는데
얼마나 맛있게 했던지
울남편 혼자서 거의 다 드셨다는 거....
<<미역된장국>>
된장만 넣고 끓였을 뿐인데
고기를 넣고 끓였을 때보다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깊어 훨씬 좋았다.
아들내외와 딸한테 커다란 생일선물을 받고
연신 싱글벙글하는 남편한테
내선물은 여기 잘 차려진 생일상이니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시라고 했더니
흐믓한 표정으로 아주 맛있게 밥 한 공기를 뚝딱....
며느리는 시누이 닮은 딸을 낳았으면 좋겠다고 하고
시누이인 딸은 장차 태어날 조카를 위해
출산용품 일체를 사 가지고와 선물하고...
도란도란... 하하호호...
조촐하지만 행복한 웃음꽃이 활빡 피어나는
아름다운 일요일 저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