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여름소나기처럼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도 창문을 토닥이며 내리는 봄비가 싫지가 않습니다. 마른 대지를 촉촉히 적셔 줄 것이며, 물이 오른 연두빛 신록을 더욱 푸르른 물 들게 할테니까요.
지난 토요일 오후, 비가 내리는 틈을 타 황사바람이 주고 간 창틀을 빗자루로 쓸어가며 물청소를 시원하게 하고 집안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었습니다. 그리곤 어버이 날을 맞아 시골에 계신 시어머님을 만나려 가야하는데 깜박증세로 인해 드릴 선물조차 사 놓지 않았던 것입니다. 비가 내리는 바람에 게으름이 슬슬 나오고, 밖에 나가기도 싫고, 할 수 없이 '현금으로 드리고 오지 뭐'라는 정성하나 담지 않는 마음으로 편안히 여기고 말았습니다.
아이들 저녁 준비를 하면서 직접 집에서 내 손으로 길러 먹고 있는 콩나물과 숙주나물을 고소하게 무치고 나니 문득, 치아가 시원찮은 어머님을 위해, 또 만두를 좋아하시는 어머님을 위해 뚝딱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V 보고 있는 딸아이에게 돼지고기와 두부를 사 오게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밀가루 반죽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알록달록 삼색으로 나의 마음 가득담아 내었습니다.
▶재료준비 밀가루, 당근, 쑥, 계란노른자, 두부, 돼지고기 갈은 것, 숙주나물, 신김치
▶ ① 당근으로 빨간색을 내기 위해 반개만 믹서기에 물을 붓고 갈아 줍니다
②쑥으로 연두색을 냅니다. 10g 정도면 충분하고 역시 믹서기에 물을 붓고 갈아서 반죽을 합니다.
③계란노른자 두 개로 노란색을 내었습니다.
▶ ① 갈은 돼지고기는 갖은 양념을 해 두었다가 후라이팬에 볶습니다.
② 숙주나물은 소금, 깨소금, 참기름으로 무칩니다.
③ 두부는 깨끗한 마른행주에 꼭 짜서 물기를 제거하고 으깨어 둡니다.
④ 잘 익은 김장김치는 송송 잘게 썰었습니다.
▶ 만두 속재료 완성
▶ 반죽을 해 놓은 밀가루로 만두피를 만듭니다
▶ 조금 작은 듯한 컵을 이용하여 찍어 냅니다.
▶ 더 얇게 만들기 위해 다시 한번 방망이로 밀어냅니다.
▶ 아이들과 함께 만든 삼색 손만두 입니다.
▶ 냉동실에 바로 얼려 가지고 갔는데도 찜통에 담아 찐만두를 했건만,
솜씨가 없어서인지 김밥 옆구리 터지 듯, 만두피가 터져 버렸습니다.
▶ 멸치다시물에 삶아 내어 물만두를 했더니 제법 모양이 났습니다.
▶ 만두국
다시마와 양파, 대파, 멸치다시로 시원한 국물을 만들었습니다.
치아가 시원찮은 시어머님은 맛있게 먹어 주었습니다.
"야야~ 고생스럽게 뭣하러 만들었어?" "엄니 만두 좋아하시잖아요" "그래도 글치, 그냥 하나 사 들고 오면 되지. 고생혔지?"
"어버이 날이 잖아요. 근데 사실 네시간 꼬박 걸렸습니다" "그래, 그래 니 정성이 들어 더 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