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로 얇아진 지갑. 새해 경제 전망은 더 암울하다는 소리도 들리고, 주변에는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지들도 적지 않아 연말이라 해도 흥청거릴 기분이 나지 않는다.
회사 송년회도 속속 취소되거나 자원봉사 등으로 대체되는 상황인 만큼 친구들과의 송년회도 간소하게 홈파티 형식으로 치르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16일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384명(남성 183명, 여성 201명)을 상대로 크리스마스 계획을 물은 결과 '집에서 TV를 보겠다'(18.6%), '크리스마스에도 일한다'(18.0%)에 이어 '나가서 돈 쓰지 않고 홈파티를 하겠다'(14.4%)는 사람이 많았다.
경제가 어렵다고 모두가 우울한 연말을 보낼 필요는 없다. 직장 동료나 친구, 가까운 친지간 조촐한 홈 파티를 계획해 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 이지현(쿠킹아트센터 실장)씨는 "간단한 홈파티 스타일링 법만 익히면 누구나 아이디어 파티를 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집안 장식이나 테이블 세팅, 음식 메뉴에 콘셉트를 정하거나 옷차림을 맞추고 간소한 선물을 교환하는 것도 훌륭한 홈파티 플랜 중의 하나다.
■ 먹거리는 간소하되 폼 나게음식은 홈 파티 장소 제공자가 직접 마련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사람이 최소 10인분 이상의 음식을 만들려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요즘엔 참석자 모두가 한 가지씩 음식을 마련해서 함께 나눠 먹는 포트럭(potluck) 파티가 대세. 이때 모임의 주최자는 준비 음식이 겹치지 않게 재료별로 음식을 배분해 주는 정리자 역할만 하면 된다.
참석자가 10명이라면 생선, 고기, 야채, 디저트 식으로 재료별 4개의 메뉴를 준비하면 충분하다. 돼지고기,게,새우,치즈를 넣은 샐러드 식으로 주제만 정하고 모임 당일 음식을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어떤 음식이 등장할지 상상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이벤트가 될 수 있다.
홈파티에 어울리는 음식은 어렵고 복잡한 것보단 요리 과정이 간단하면서도 '폼 나는 메뉴'로 선택하는 게 좋다. 한식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퓨전 요리를 택하는 것이 수월하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정민(더스타일링그룹 대표)씨는 토마토나 버섯, 감자 등의 채소를 이용한 메뉴를 추천한다. 토마토와 버섯을 구워낸 토마토 버섯 오븐구이나 아스파라거스 알감자 구이 등이 대표적이다.
송년 모임에서 빠질 수 없는 술. 홈파티는 여느 송년 모임처럼 부어라 마셔라 식의 술잔치가 아니기 때문에 복분자나 인삼주 같은 전통술이나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와인이 좋다.
와인은 보통 1병에 6잔 정도 나오기 때문에 참석자가 10명이라면 4병 정도면 충분하다. 다양한 와인을 즐길 수 있게 참석자들이 1만원~2만원 대의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을 준비해 와도 좋겠다.
■ 테이블 장식으로 파티 기분을테이블은 뷔페 형식이 가장 보편적이다. 대개 가정집에선 10명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긴 테이블이 드물기 때문에 식탁에 뷔페처럼 음식을 늘어 놓고 자유롭게 덜어 먹는 것이 가장 흔한 방법.
10명 이내의 경우 간단한 테이블 장식도 가능하다. 김씨는 "테이블보나 접시 매트 장식만으로도 멋스러운 파티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고 전한다.
테이블보만 바꿔도 파티 분위기는 물씬 난다. 우선 화려한 테이블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붉은색은 강렬한 느낌을 주고, 올해 유행인 보라색은 은은한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에 골드나 실버 러너를 늘어뜨려도 좋다.
접시 매트도 유용한 소품이다. 크리스마스에 맞게 빨간색과 초록색 부직포와 펠트천으로 원형이나 사각형의 매트를 만들거나 한지를 이용해 좀더 고급스럽게 연출할 수도 있다.
테이블 위에 크리스마스 트리나 종을 올려 놓거나 양초, 화병에 살짝 리본을 묶으면 귀여운 느낌을 준다. 머핀 빵으로 센터피스(중앙 장식대)를 만들거나 냅킨이나 일회용 접시를 초록색으로 바꾸는 것도 눈길을 끄는 좋은 아이디어다.
옥션 생활용품 담당 김은신 과장은 "올해는 1만원 대 이하의 저가형 데코레이션 상품이 인기"라며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장식이나 테이블 세팅 용품의 판매량이 작년 하반기에 비해 30 %나 늘었다"고 말했다.
■ 연인끼리 가족끼리 실내 게임으로 분위기 업!홈파티에선 가족이나 연인을 동반할 경우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끼어 있어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 자칫 남자들은 술을 마시고, 여자들은 TV를 보거나 수다를 떨고, 아이들은 집에 가자고 조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땐 실내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등을 준비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 보드게임 심리치료 연구소인 휴먼TR연구소 김미정 대표는 "모임의 성격에 따라 스트레스 해소나 유대감 강화, 대화 증진 등의 목적을 두고 게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직장 동료 모임의 경우 과중한 업무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스트레스 해소형 카드 게임을 권한다. 같은 카드 5개를 모은 사람이 주제어를 외치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몰려드는 게임('내맘대로 모꼬')이다.
남녀 싱글 모임의 경우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유도하는 게임이나 전략 게임들이 있다. 모두에게 과일 카드를 나눠주면서 같은 과일이 5개 나오면 종을 치는 게임('할리갈리 디럭스')은 과도한 스킨십이 아니면서도 서로 손끝이 닿으며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아이들을 동반할 경우 활동성이 좋은 게임을 선택할 것. 나무 블럭을 하나씩 빼내면서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블록 게임('젠가' '덤블링 몽키')이 적당하다.
모임의 마지막 순서는 깜짝 선물 교환이 어떨까. 전문가들은 "돈이 많이 든 선물보단 간소하고 추억에 남을 선물이 좋다"고 조언한다. 직접 만든 손비누를 예쁘게 포장해서 선물하거나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폴라로이드(즉석 사진)를 찍은 후 파티 주최자의 사인을 곁들여도 훌륭한 추억거리가 될 수 있다.
●도움말 김정민 더스타일링 대표, 이지현 쿠킹아트센터 실장, 김미정 휴먼TR연구소 대표. 옥션. G마켓.
TIP 전통주에 어울리는 홈파티 안주연로한 어른들이 모이는 가족 친지 모임엔 복분자나 인삼주 등 전통주로 흥을 돋우는 경우가 많다. 차미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술맛을 더해주면서 아이들의 간식거리로도 적당한 메뉴로 닭 요리와 홈 과자를 권한다. 유자청의 달콤함과 바게트의 고소함이 남녀노소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
▲ 유자 닭날개 구이 -재료 : 닭날개 10개, 청주, 대파.
-양념: 유자청 3스푼, 간장 3스푼, 고추기름 2스푼, 설탕 1스푼, 생강즙 1스푼, 맛술 1/2스푼, 다진마늘 1/2스푼, 후춧가루 약간.
1. 닭 날개에 청주로 밑간을 한다.
2. 대파를 곱게 썰어 찬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뺀다.
3. 양념재료에 닭을 넣고 버무려 1시간 정도 재운다.
4.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닭날개를 넣고 15~20분간 뒤집어가며 굽는다.
▲ 토마토 브루스게타 -재료: 바게트1/2개, 올리브유1/4스푼, 마늘(다진 것)1스푼, 방울토마토 4개, 느타리버섯 100g, 양파 50g, 브리치즈 80g, 발사믹 식초.
1. 바게트를 1cm 두께로 썰어 올리브유와 다진 마늘 섞은 것을 바른 후 170도 오븐에서 노릇하게 굽는다.
2.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방울토마토, 양파, 느타리버섯을 넣고 볶는다.
3. 구워진 바게트 위에 볶은 야채(느타리버섯, 양파, 토마토)와 브리치즈 10g을 올려 발사믹 식초를 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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