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꾸미 간장볶음
재료 주꾸미, 다시마 물, 간장, 술, 설탕, 레몬 슬라이스
만들기 1_주꾸미는 씻어서 물기를 뺀 뒤 기름에 튀긴다.
2_냄비에 다시마 물을 넉넉히 붓고 간장, 술, 설탕, 레몬 슬라이스와 함께 1을 넣고 졸인다.
최근 일본 출장이 잦아서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식당을 포함해 현지의 꽤 유명하다는 식당이나 료칸에서 가이세키 요리를 먹어볼 기회가 많았다. 가이세키 요리란 국과 생선회에 몇 가지 반찬이 더해지는 정식 요리다. 내 생각에는 식재료와 그릇, 기타 장식을 더해 계절감을 표현하기도 하는 듯하다. 찾은 곳은 손님들끼리 서로의 대화에 방해받지 않도록 독립된 방에서 요리를 주문해야 하는 곳이었다. 정원이 창 너머 보이고 화려한 인테리어나 흘러나오는 음악이 없는 주변 환경에 일단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자리에 앉자 전주(웰컴 음료)와 함께 식재료를 영문으로 쓴 메뉴판을 건네며 요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몸짓의 서빙과 음식이 나올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담음새의 정성.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먹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좋은 밥상이란 제철 재료로 맛있게 음식을 만드는 것 이외에 정성과 형식, 그 형식을 넘어서는 격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매번 밥상에서 대접하듯 격식을 차릴 수는 없다 해도 어느 때는 요리 방법을 바꿔보거나, 식용 풀이나 꽃으로 장식을 더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음식을 담는 그릇에 변화를 주는 것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늘 이맘때마다 챙겨 먹는 봄나물을 어떻게 색다르게 즐겨볼까 고민하다 제철인 새조개와 피조개, 주꾸미와 함께 한 상 차려보기로 했다. 내가 출장길에 느낀 것처럼 지인들에게도 '대접받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머릿속으로는 메뉴의 가짓수를 정하느라 장 보는 내내 정신이 없었다. 우선 쌉싸래한 두릅과 향이 좋은 쑥은 얇게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냈다. 이 튀김의 진짜 매력은 새우 소금에 찍어 먹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마른 새우에 소금을 넣고 분쇄기로 간 다음 프라이팬에 볶아내면 비린 맛이 가시고 풍미를 더해 튀김을 개운하게 먹을 수 있다.
또 샤브샤브에는 흔히 배추나 버섯류를 넣기 마련인데 이달에는 두릅이며 냉이, 곰취 등 봄나물을 이용해 지금 한창인 새조개와 함께 끓였다. 나물들을 팔팔 끓인 뒤 새조개 2~3개를 넣고 살짝 익히면 질기지 않으면서 비린 맛 없이 즐길 수 있다. 봄나물의 향과 새조개에서 우러나온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더한 샤브샤브 국물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 국물에 밥과 달걀을 넣고 끓이면 금세 일품요리인 죽이 완성된다.
또 키조개는 버터를 올리고 소금과 후춧가루만 뿌려 그릴에 구웠다. 식어도 맛있는(개인적으로 식어도 맛있는 요리가 진짜 맛있는 요리라는 생각이다) 키조개와 함께 브로콜리나 아스파라거스처럼 영양 많은 채소를 올리브 오일을 발라 소금만 뿌려 구워 내도 그것 역시 메인 요리로 손색없다. 주꾸미는 삶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갖은 양념에 볶아 먹기 쉬운데 이번에는 간장에 졸여보았다. 이렇게 요리하면 서너 끼 반찬으로 거뜬하다. 봄나물 그 자체만 즐기는 것도 좋지만, 대접하는 요리를 준비한다면 제철 해산물이 단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리를 대접하기 전,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이정화씨는… 탁월한 감각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타고난 미각의 소유자다. 식재료 하나도 까다롭게 선택하고 양념을 치댄 음식엔 손도 대지 않을 만큼 자연 그대로의 조리법을 즐긴다. 타고난 미적 감각은 식탁에서도 발휘된다. 요리를 전문으로 하지 않더라도 누구보다 건강하고 맛있게, 세련되게 한 상 차려 먹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는 그녀에게서 식당에서는 살 수 없는 맛의 비법을 전수받는다.
기획_이미정 글 & 요리_이정화 사진_우창원 여성중앙 2012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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