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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박사의 맛있는 '오리고기학 총론' |
글쓴이: 천칭자리 | 날짜: 2014-04-16 |
조회: 9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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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ook.pruna.com/view.php?category=U0wNNEIrVD9NNA%3D%3D&num=FR9GcRA%3D&page=1%CE%BDm%3DFRFKcBU%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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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고기는 단백질과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아 예로부터 보신 음식재료로 사랑을 받았다. 얼마 전까지 미용과 건강을 위해 오리 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한 때 폭발적으로 오리 고기 수요가 늘어났으며 일부 성급한 업자들이 저질 훈제오리를 대량으로 만들어 공급했다. 황금알을 낳으려는 오리의 배를 째고 뱃속의 알을 미리 꺼내먹은 것이다. 저질의 싸구려 훈제오리가 오리 시장을 장악하자 오해가 생겼다. '오리고기는 원래 맛이 없고 싼 고기다'라는… 고객들은 이내 외면했다. 다시 오리고기 시장은 싸늘해졌다. 그 바람에 애꿎은 정직한 업소들도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업계의 성쇠나 부침과 관계없이 양질의 오리고기로 꾸준하게 사랑 받는 점포들도 적지 않다.
바닥부터 탄탄히 다지고 올라온 오리고기 전문가
부산 해운대에 있는 <이솔 산오리>의 주인장 현경호 사장은 오리박사다. 오리의 생리에서부터 특성과 조리법까지 요리에 관한 한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 그는 실제로 부산여자대학교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는 경영학박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외식업 점포 경영 지침서를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씨가 처음부터 성공한 외식 전문가는 아니었다.
그는 고교시절에 무기정학이나 받는 골칫덩어리였다. 주변에선 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았지만 스스로는 자신을 긍정하고 내면에 성취욕과 성공에 대한 의지를 키웠다. 고교를 졸업하고 고급 한정식집 사환으로 외식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주인보다 더 주인처럼 일을 했다. 이후 여러 외식업소에서 직책은 달랐지만 주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했다. 갈수록 점주의 신임은 두터워졌고 스스로는 점포 경영을 간접 체득했다.
1994년에 <주왕산 삼계탕>을, 2006년에 <이솔 산오리>를 창업하고 닭과 오리 고기 연구와 조리 개발에 나섰다. 국내외에 있는 유명 닭이나 오리 전문점은 빼놓지 않고 다니면서 벤치마킹을 했다.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관련 지식 축적을 위해 정식으로 학교에도 들어갔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새는 줄 모르는 법. 내친 김에 석사, 박사과정까지 밟았다. 현씨는 오리 고기의 이론과 실제 조리에서 세계 최고가 되고 싶어한다.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 만들어, 오리도 다르지 않아
모든 요리가 다 그렇듯 오리 요리도 식재료가 좋아야 맛있고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최고의 요리는 최고의 식재료가 전제된다. 현 사장은 삼계탕 전문점을 경영하면서 양계장과 도계장까지 운영한 경험이 있다. 좋은 가금류를 기르고 고르는 안목이 누구보다 높다.
<이솔 산오리>의 생오리는 말 그대로 냉동 오리고기가 아니다. 중국산이 아닌 100% 국내산 오리를 사용한다. 경남 거창의 계약농장에서 유황을 먹여 기른 오리 가운데 1kg짜리만 골라 구매한다. 맛과 식감, 영양상태가 1kg일 때 최대치가 되기 때문이다. 너무 작으면 씹는 맛이 적고, 너무 크면 고기가 질기다.
이 집 오리 고기는 모두 하루 전에 잡은 생오리를 쓴다. 도계장에서 가져온 고기는 냉동실에 보관할 이유가 없다. 오리를 잡으면 화이트 와인에 6시간 숙성을 시킨다. 이 과정에서 잡내를 제거하고 오리 특유의 냄새를 제거한다. 또 이렇게 하면 육질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시중의 냉동오리 음식과 그 맛이 천양지차일 수 밖에 없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찬류도 예사롭지 않다. 이 집은 식당 규모가 엄청나게 큰 데도 불구하고 주방장이나 찬모가 따로 없다. 콩나물 재래기와 샐러드 무침 등에 들어가는 소스는 모두 안주인이 직접 만든 것이다. 재래기는 일반적인 콩나물무침과는 확실히 다르다. 고소한 콩나물 맛이 살아있으면서 시원하고 단맛이 살짝 돈다.
특히 김치는 시중에서 자주 마주치는 중국산 김치와는 때깔부터가 다르다. 국내산 배추는 기본이다. 엄선한 국산 고추의 씨를 모두 빼내고 고춧가루로 빻아 쓰고 있다. 김치가 자극적으로 맵지 않고 구수한 고추 향이 나면서 달큰하고 아삭하다. 구이에 쓰는 소금도 직접 구워 불순물을 제거하고 짠맛을 순화했다.
오리의 참 맛 산오리생숯불구이 비롯, 입맛 따라 메뉴 다양
이 집의 간판 메뉴는 산오리생숯불구이(1마리 3만3000원)다. 오리 고기의 참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메뉴다. 별다른 양념 없이 전날 잡은 생오리에 소금을 술술 뿌려 참숯으로 피운 숯불에 얹어 구워먹는다.
숯불의 불 맛 때문에 담백하고 감칠 맛이 으뜸이다. 오리 냄새나 잡내도 전혀 없다. 구운 오리 고기는 생 콩을 쪄서 넣고 두부를 갈아 만든 된장소스에 찍어먹는다. 또 콩나물 무침인 재래기에 싸서 먹으면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과 고기 씹는 맛이 잘 어우러진다. 간간이 김치를 곁들이면 그렇지 않아도 담백한 오리구이가 훨씬 더 제 맛을 낸다.
산오리생숯불구이와 함께 산오리생불고기(200g, 1만2000원)도 만만찮은 인기가 있다. 주인장 부부의 비법으로 만든 양념 맛이 뛰어나다. 몸에 좋은 오리 기름이 빠져나가지 않게 불고기 판을 이 집에서 특별히 주문해 만들었다. 영양이 풍부한 여러 가지 양념이 고소한 오리 기름과 조화를 이룬다. 오리고기를 씹을 때마다 양파와 대파가 그 맛을 더해준다.
고기를 다 먹으면 남은 양념에 김가루, 콩나물, 참기름과 함께 밥을 넣어 볶아먹는다. 양념에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갔는데도 그리 맵지 않다. 아이들이나 어르신을 동반한 식구들끼리의 외식 메뉴로 좋다. 저녁시간에는 애주가들이 맛난 술안주로 주문해서 먹기도 한다.
이 집의 오래된 단골가운데는 산오리약탕(4~5인분 4만8000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닭으로 치자면 백숙에 해당된다. 몸에 좋은 각종 한약재로 만든 보양식이다. 십전대보탕에 들어가는 한약재를 중심으로 10가지 재료를 넣었다. 엄나무 가시와 푸짐한 오리 백숙 아래 찹쌀밥이 넉넉히 들어찼다. 산오리약탕은 1시간 전에 미리 예약해야 맛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산오리훈제숯불구이, 오리탕, 양념오리숯불구이, 오리찜, 산오리쟁반훈제 등의 오리 고기 메뉴가 있다. 메뉴 하나하나가 오리 박사, 현경호 씨의 연구와 노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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