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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전통의 원조낙원떡집 |
글쓴이: 스마일 | 날짜: 2010-03-31 |
조회: 8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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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ook.pruna.com/view.php?category=U0wNNEIrVD9NNA%3D%3D&num=EhBPcQ%3D%3D&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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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풍경은 무엇일까. 곱게 차려입은 한복, 한 해의 소망을 담아 날리는 연, 고향을 향한 마음처럼 길게 이어진 자동차 행렬…. 다양한 모습이 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만들어 먹는 맛있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설날에 꼭 먹어야 할 음식이 바로 떡국.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금방 뽑은 가래떡을 넣어 만든 떡국을 먹으면, 비로소 한 해가 시작된다.
온 식구가 모여앉아 떡을 빚던 그 시절
모락모락 더운 김이 피어오르더니 구수한 냄새가 방앗간에 가득 퍼진다. 곱게 빻아 한 김 쪄낸 쌀을 꾹꾹 눌러 넣자 동그란 구멍으로 흰 떡이 먹음직스럽게 뽑아져 나온다. 바쁘게 손을 놀려 물 묻힌 떡을 잘라 바구니에 담다가 한 가닥을 뚝 떼어 기자에게도 '맛보라'며 권하는 떡집 사람들. 역시 따끈따끈 금방 뽑은 가래떡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다른 재료 하나 들어가지 않고도 쫄깃쫄깃 담백한 맛을 내는 가래떡. 이 떡으로 떡국을 해 먹는다면 두 살, 세 살 먹는다고 해도 두 그릇, 세 그릇은 거뜬하겠다.
명절을 앞두고 어디나 명절 준비로 분주하지만 그 중에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곳을 꼽자면 아마도 떡집일 것이다. 차례상에 올릴 떡을 준비하는 것부터 새해가 시작되었음을 느끼게 해주는 떡국 떡까지. 우리네 흥겨운 날, 떡이 빠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떡은 우리 민족의 삶에서 늘 중요한 순간을 함께했어요. 명절이며 제사며 잔치며 떡이 빠지질 않잖아요? 아이의 건강과 장수를 위해 붉은 팥으로 떡을 하고 결혼을 앞두고 배우자의 집에 떡을 해 보내는 등 떡에 얽힌 풍습도 많고요. 특히 먹을 것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떡이 별미였죠. 명절 때 방앗간에 간 엄마를 애타게 기다려본 기억,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걸요?"
'떡집 골목'이라고도 불리는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거리에 자리한 90년 전통의 '원조낙원떡집' 사람들은 명절과 떡에 얽힌 기억을 꺼내보며 아련한 미소를 짓는다. 시루에서는 뭉게뭉게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쿵쿵' 떡메 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던 분주한 풍경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웬만한 건 전통 방식을 고수하지만 예전에는 전부 손으로 떡을 만들었잖아요. 떡가루를 내고 찌는 것은 물론이고 절구에 떡을 치고 일일이 손으로 모양을 냈어요. 고명을 얹고 가루를 묻히는 것까지도요. 명절을 앞두고는 주문량이 많으니까 온 집안 식구들이 남자든 여자든 달려들어서 밤새 만드는 거예요."
설도 설이지만, 떡집에 최고로 일거리가 쏟아지는 때는 바로 추석이다. 추수를 끝내고 햇곡식을 수확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제사떡에 송편까지 집집마다 주문하는 양이 굉장하기 때문이다. 3대째 대물림받아 가게 운영을 맡고 있는 이광순 사장은 추석 전날을 회상하면 아직도 정신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축적된 시간 마디마다 새겨진 추억
떡집 장사가 가장 안 된다는 겨울이라 요즘은 떡 주문량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하면서도 '원조낙원떡집' 사람들은 새벽 4시부터 분주하게 떡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제껏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매일 이렇게 직접 떡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단다. 설기, 영양떡, 두텁떡, 바람떡, 절편, 무지개떡 등 전통 떡부터 요즘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떡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쌀이나 참기름은 무조건 국산을 사용하고, 떡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비싸더라도 가장 좋은 것을 쓴다는 원칙을 고수해요. 요즘 인기가 좋은 쑥인절미의 경우 제주도 한라산에서 나는 쑥만 사용합니다. 90년이라는 세월을 이어온 비결이 뭐겠어요. '맛'이죠. 사실 떡은 손으로 만들어야 제 맛이 나죠. 지금은 떡메나 절구 대신 기계를 들여놓긴 했지만 기계는 최소한으로만 사용하고 '손맛'으로 떡을 만들고 있어요."
1920년대 이광순 사장의 외할머니가 궁중 떡 만드는 법을 전수받은 뒤 낙원동에서 떡을 만들어 팔며 시작된 '원조낙원떡집'은 고급스러운 전통의 맛을 간직한 것으로 유명하다. 연륜에 걸맞게 지금도 이곳의 맛을 잊지 못해 멀리서도 찾아오는 단골들이 많다. 이들은 몇십 년 동안 한결같이 생일이나 잔치, 자식들의 결혼 선물 등 중요한 순간마다 '원조낙원떡집'의 떡을 주문하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이곳의 떡을 즐겨 찾는다. 지난 60여 년간 청와대의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원조낙원떡집'의 떡이 쓰였을 정도다.
풍성한 추억과 역사를 간직한 '원조낙원떡집'도 요즘엔 고민이 많다. 먹을거리가 다양해지고 사람들의 입맛이 변하면서 예전에 비해 떡을 찾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적게는 30년부터 많게는 90년까지 역사를 이어오던 떡집들이 즐비했던 낙원동 '떡집 골목'도 이제는 다 없어지고 10곳 정도만 남아 있다.
"요즘은 명절이라고 해도 예전처럼 북적거리고 들뜨지 않아요. 게다가 요즘 누가 가래떡 많이 뽑아 먹나요. 그래도 우리 집 떡을 좋아하고 찾는 이들이 있으니 계속 질 좋고 맛있는 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죠. 아들이 4대째 가게를 물려받기 위해 준비 중인데, 젊은 사람들에게 맞춘 다양한 떡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전통은 계속 이어가면서 좀 더 많은 이들이 떡을 찾을 수 있도록 발맞춰 나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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