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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째 먹는 콩요리

글쓴이: 베베  |  날짜: 2013-11-26 조회: 2740
http://cook.pruna.com/view.php?category=TUAYJQ%3D%3D&num=FRtKeRc%3D&page=58   복사

마당과 맞닿은 산기슭에 연보라색 쑥부쟁이 흐드러지게 피어 꽃물결을 이루면 들녘 붉나무 단풍은 하루가 다르게 붉어지며 가을걷이를 재촉합니다. 몸보다 마음이 더 바쁠 때라 밭에 어슬렁대는 들고양이를 볼 때면 가을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는 옛말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납니다. 얼마나 일손이 달리면 그런 말이 생겨났을까 싶지만 농사를 지어보니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검정동부처럼 심어놓기만 하면 저 알아서 쑥쑥 자라고 거두는 시기를 조금 지나쳐도 탈이 없고, 타작하고 골라내는 번거로움도 없는 작물은 덤으로 얻는 선물 같습니다.


껍질째 먹는 콩요리

덩굴형으로 줄기가 길게 자라는 검정동부는 봄부터 여름까지 심을 수 있고, 하지 이후에 심으면 꽃 피고 열매 맺기까지가 봄 파종보다 빠릅니다. 봄에 심는 덩굴 콩은 꼬투리가 여물 시기에 노린재가 잘 꼬이지만 검정동부는 여간해서 벌레 피해를 받지 않습니다. 탄탄하면서도 나긋나긋한 줄기는 차분하게 지지대를 기어오르고, 평지에 심어 줄기가 포개져도 꼬투리가 물러지지 않아 관리도 쉽습니다. 꽃은 진한 자줏빛,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콩알은 완전하게 영글면 검정에 가까운 보라색으로, 콩은 물론 꼬투리도 먹습니다.

우리가 식용하는 여러 종류의 콩은 주로 알만 먹지만 덜 여물었을 때 꼬투리도 먹는 콩이 있습니다. 꼬투리 생김이 갓 끈처럼 길게 늘어지는 갓끈동부, 까치콩 제비콩으로 불리는 칡콩, 손가락 크기 정도 자라는 검정동부도 껍질째 먹는 콩입니다. 부드러운 식감은 갓끈동부가 나은 듯싶고, 맛있게 먹으면서 콩깍지 모양과 색감을 살리기는 검정동부가 좋습니다. 먹는 시기는 중앙에 지퍼처럼 열리는 줄이 생기기 전의 부드러울 때인데, 적당한 시기에 거두어도 되고 수확기가 끝나갈 무렵에 열리는 꼬투리를 이용해도 됩니다. 마지막 거두는 시기까지 알이 채 여물지 않으면 껍질콩으로 먹을 수 있는 검정동부는 알만 거두는 콩보다 먹을거리가 풍성합니다.

껍질콩요리는 아삭한 식감이 있어 씹히는 맛이 진하고 섬유질이 많아 포만감이 크게 남고 소화가 거뜬합니다. 덜 여문 꼬투리는 파릇한 색깔이 살아나도록 끓는 물에 데쳐서 볶거나 조리고, 껍질 그대로 튀김, 찜 또는 삶아서 다지거나 으깨어 빵이나 떡을 만듭니다. 볶거나 조릴 땐 감자 양파 당근, 그 외에 여러 채소를 곁들여도 좋고 채소를 주된 재료로 해서 껍질콩 약간만 넣어도 음식의 맛과 맵시는 보기 좋게 살아납니다. 껍질콩 볶음요리 색감을 살리려면 알맞게 데쳐내어 볶는 시간은 짧게 합니다.

들기름에 달달 볶다가 우엉이나 박고지 조림처럼 맛간장에 조청을 약간 넣어 조리면 쫄깃하면서 달콤합니다. 풋고추찜 하듯 밀가루에 묻혀 찐 껍질콩을 맛간장, 고춧가루 양념으로 무쳐도 입맛 돋우기 좋은 밥반찬이 됩니다. 밀가루가 고르게 묻어야 양념에 버무리기도 좋고 식감도 좋아지는데, 비닐팩에 밀가루와 적당히 물기를 뺀 꼬투리를 넣어 뒤섞어주면 고르게 묻어납니다. 고추부각도 이런 방법으로 하면 양이 많아도 깔끔하고 손쉽게 요리할 수 있습니다.

덜 여문 꼬투리 상태에 따라 조리 방법을 달리해도 됩니다. 밀가루 반죽 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긴 껍질콩은 초간장을 곁들이면 깔끔하고, 탕수 소스를 얹으면 한 접시만으로도 상차림이 풍성해집니다. 콩 껍질만 튀겨 맛간장 약간 넣은 시럽으로 조려 맛탕을 만들어도 별미입니다. 달고 느끼할 것 같아도 껍질콩이 주인공이면 먹기 좋을 만큼 달콤하고, 뒷맛은 더없이 개운합니다.

껍질콩을 푹 삶아 곱게 으깨면 찐 고구마와 비슷한 풍미가 납니다. 설기나 절편 등 떡을 만들거나 밀가루에 멥쌀가루를 섞어 쌀찐빵을 만들면 담백하면서 구수한 맛이 좋고, 성글게 다진 껍질콩에 여러 채소를 섞어 전을 부치면 고소한 맛까지 더해집니다. 꼬투리가 아주 연할 땐 가볍게 익혀도 되지만 약간 도톰해진 꼬투리를 슬쩍 익히면 식감도 거칠고 깊은 맛이 나질 않습니다. 데침과 삶기의 중간 정도로 익혀주고 으깨는 용도로 사용하려면 푹 삶아줍니다.

풋콩을 따 보면 통통하고 반질거리는 알은 연보라색에서 검은 보라색까지 같은 계열의 다양한 색을 이루어 볼 때 마다 콩 생김에 흠뻑 반합니다. 열을 가하면 진한 색깔로 엇비슷하게 변하기 때문에 그 즐거움은 잠깐이지만, 풋풋한 동부를 넣어 밥을 지으면 자연단맛과 폭신한 식감이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이 맛을 잘 살리면 떡과 빵 반죽에 섞거나 웃고명으로 올릴 수 있고, 삶아 으깬 껍질과 부드럽게 익힌 콩을 같이 활용하면 좀 더 풍성한 맛과 영양을 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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