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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nch Table in Test Kitchen

글쓴이: 꿈과희망  |  날짜: 2011-01-29 조회: 13350
http://cook.pruna.com/view.php?category=TUAYJQ%3D%3D&num=FBFMcQ%3D%3D&page=409   복사
온라인 상에는 ‘손녀딸’로 잘 알려진 요리전문가 차유진이 테스트 키친의 두 번째 시즌을 열었습니다. 햇살 가득 들어오는 새 공간에서 그녀와 여행과 요리,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얼마 전 발간된 첫 번역서 <프렌치 테이블>에서 영감을 얻은 크리스마스를 위한 프렌치 코스 요리도 준비했답니다.

French Table in Test Kitchen

미술학도에서 공연·음반 기획자로, 재즈 전문지 기자로, 그리고 요리사로 전향하셨죠. 요리와 식문화에 대한 호기심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은 외식을 많이 하거나 특별한 메뉴를 집에서 만들어 먹는 편은 아니었어요. 집안의 큰집이어서 항상 친척들이 북적거렸고,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음식을 따로 만들기보단 늘 찌개 한 가지 푸짐하게, 반찬 두어 가지 푸짐하게 해서 가족들이 오면 숟가락만 하나 더 놓는 셈이었죠.

엄마가 나의 특기를 찾아준다며 학원을 이곳저곳 보냈었는데, 다니던 피아노 학원 한켠에 서양 요리, 일본 요리, 중국 요리가 소개된 요리 전집이 꽂혀 있었어요. 피아노 연습은 별로 안하고 그 책만 정말 열심히 봤어요. 요리 이름이나 사진, 레시피들은 비록 구식이었지만 어린아이의 눈에 아주 충격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책을 본 이후로 요리책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서점에 가서 구경하고, 청계천 헌책방에 사러 가기도 했고요.

영국 탕트마리 요리학교로 유학을 다녀와서 테스트 키친을 열고 첫 책을 발간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셨죠. 그러다 2007년에 모든 것을 중단하고 여행을 떠났는데 어떻게 그런 결단을 내렸나요?

2002년에 한국으로 돌아와서 5년여 동안 일하며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요리 관련 일과 현실에서의 일이 조화를 못 이뤘어요. 글로도 요리 강습으로도 자리를 잡기엔 좀 힘든 상황이었죠. 모든 것에 회의가 들 무렵, 마침 테스트 키친이 쓰던 공간의 계약 기간도 끝나서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여행 결정을 내렸어요.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요리도 행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6개월간의 재충전을 위한 목적지로 남미 지역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간에 사정이 생겨 미국에서 돌아왔는데, 원래 계획은 남미에서 시작해 동남아에서 끝나는 세계일주였어요. 지구 반대편 나라로 떠나서 작가로서, 요리사로서 충전해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생각으로 떠난 거죠. 물론 책에서 본 세계 여러 곳의 음식, 사람, 문화를 보고 싶었던 거고요. 세계일주를 해서 꼭 쓰고 싶은 책들이 있어요.


French Table in Test Kitchen

직접 경험한 그곳의 매력은 뭔가요? 어떤 여행자에게 어울리는 곳이죠?

무엇보다 아직 사람들의 진득한 삶과 자연이 남아 있는 곳이에요. 개인적인 문제들에 시달려서 어디론가 떠난 후 아름다운 자연이나 그곳의 사람들과 마주하면 내 문제가 아주 작게 느껴져요. 당시에 내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를 보면서 쉴 시간, 가난해도 마음이 평화로운 이들이 갖고 있는 여유와 중심이 필요했는데 남미에서 많이 충전된 것 같아요.

물론 남미 사람들의 삶도 무척 힘들지만 그들은 낙천적이에요. ‘내일은 다 잘되겠지, 일단 오늘도 이 정도면 행복해’같은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됐어요.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곧 나를 향해 가는 것’이라는 정현종 시인의 말을 떠날 때마다 늘 생각합니다.

다음 여행은 어디를 꿈꾸나요?

베트남 음식을 너무 좋아해서 베트남에 가서 한 달 정도 요리를 배워보고 싶어요. 가고 싶은 곳은 너무 많죠. 향신료가 넘쳐나는 인도나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그간 겨울에만 여행해서 늘 춥기만 했던 유럽도 날씨 좋을 때 다시 가고 싶어요. 일본 홋카이도도 아직 못 가봤어요.

남미에 다녀온 이후에는 두 권의 책을 더 내면서 집필 활동에 집중했는데, 자신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요?

지금도 글쓰기가 나의 업이라고는 감히 생각하지 않아요. 어린 시절부터 책은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고 내 책을 낸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운이 좋은 거죠. 항상 상상하는 것과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이 많은 편인데 글쓰기는 그런 생각들을 정리해주는 좋은 도구이기도 해요. 기회가 된다면 계속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글만 써서는 생활이 안 되니, 생활을 하면서 부지런히 글 쓰는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를 더 관리해야 하는 것이 좀 두렵긴 하지만요.


French Table in Test Kitchen

글쓰기 중에서도 ‘요리에 대한 글쓰기’가 주는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글쓰기도 요리랑 다를 게 없어요, 적절한 단어, 꼼꼼한 자료조사, 감정이 모여 멋진 문장과 책이 만들어지는 거죠. 글을 쓰면서 읽는 사람들이 ‘글로 적힌 나의 요리’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도록 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이 실은 무척 즐겁습니다. 요리를 잘 만드는 것, 읽음으로서 요리를 느낄 수 있도록 글을 쓰는 것 모두 내게는 똑같이 중요한 일이에요.

첫 번역서 <프렌치 키친>이 발간되었죠. 저자인 제인 웹스터가 프랑스 노르망디에 정착하며 경험한 음식 문화 전반을 다룬 책이라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 책을 접하고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처음부터 사진이나 음식 스타일링까지 기획하고 만든 책이라 국내의 여행, 음식 관련 책 기획자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론가 떠나 정착하는 책이야 많죠.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 파리나 프로방스가 참 많이 나오는데, 이 책은 노르망디인 점도 신선했어요.

프랑스 요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요리 학교에 가면 프랑스 요리를 배웁니다. 지역적인 특성도 배우고요. 프랑스 요리라고 하면 까다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특산물에 따라 지역적 특성을 가진 향토요리, 가정 요리들이 대부분이에요. 지역 농수산물에 자부심을 가지고 즐기는 것이 프랑스 요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봅니다. <프렌치 테이블>도 유제품과 사과가 유명한 노르망디 지역의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어요.


French Table in Test Kitchen

다음 번역서에 대해 조금만 힌트를 주신다면?

내년 봄에 <파스타의 기하학>이라는 영국 요리책이 나옵니다. 요리 사진은 없지만 파스타 이야기와 레시피가 가득한 아주 흥미로운 책이에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리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심플한 것,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요리들이 좋아요. 내가 손님들을 위해 잘 만드는 요리는 로스트 치킨, 칠리, 수프와 같이 소박하고 가족들이 나눠먹기 좋은 일명 ‘컴포트 푸드’에요. 쌀국수와 토마토 스튜, 파운드 케이크도 좋아하고요.


French Table in Test Kitchen

두 번째 테스트 키친이 오픈했습니다. 첫 번째 키친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큰 변화는 없지만 위치가 파주출판도시인 만큼 책 작업을 더 활발하게 하는 곳으로 거듭났으면 해요. 요리 강습과 케이터링, 화보 촬영 같은 작업을 계속하겠지만 그래도 책을 쓰고, 책 관련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능력이 닿는 한 번역도 계속할 수 있는 키친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리전문가’가 당신의 마지막 종착역일까요? 혹시 지금 요리만큼이나 자신을 끌어당기는 다른 장르가 있나요?

있다고 하더라도 아마 다 요리로 통할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해온 일들도 요리와 아주 동떨어진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림그리기, 음악듣기, 글쓰기, 요리가 모두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요리전문가라는 직업보다는 그냥 요리를 하는 사람이란 카테고리 안에 나 자신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싶네요.


French Table in Test Kitchen

당신에게도 <프렌치 테이블>의 제인 웹스터처럼 그곳의 자연과 사람들, 요리에 푹 빠져 살고 싶은 곳이 있나요?

계획일 뿐이지만 몇 년 안으로 포르투갈에 가서 시간을 좀 보내고 싶어요. 남미가 그랬듯이 언젠가 꼭 갈 것 같은 끌림이 있어요. 포르투갈의 식문화도 엄청나답니다. 쌀과 콩, 풍부한 해산물, 케이크,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인까지…. 정말 매력이 넘치는 곳이에요.

지금 현재 ‘차유진’을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으세요?

요리하고 먹고 마시고 글 쓰고 생각하는 사람. 정의 내리기는 좀 어색하지만 굳이 설명하자면 요리라는 좋은 도구를 이용해 세상 모든 것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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