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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먹는 밥상 '컴포트 푸드'

글쓴이: 햇살  |  날짜: 2010-03-15 조회: 15245
http://cook.pruna.com/view.php?category=TUAYJQ%3D%3D&num=EhFPeQ%3D%3D&page=409   복사
화려한 레시피로는 대신할 수 없는 음식이 있다. 각자의 마음속에서 위안과 힘이 되어주는 단 하나의 메뉴.


마음으로 먹는 밥상
학창 시절 중요한 시험을 치르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항상 힘이 빠지고 마음이 헛헛해 엄마가 차려준 밥 생각이 났다. 맛이 적당히 밴 깻잎과 구운 김, 그리고 양파와 감자?호박을 툭툭 썰어 넣고 된장을 풀어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가 전부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밥을 먹고 나면 든든했다. 컴포트 푸드(comfort food), 우리에겐 낯설지만 유럽에선 너무 친숙한 이 단어는 마음의 위안과 여유를 함께 주는 음식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누구에게나 생각만 해도 아련하고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음식이 있을 것이다. 영화 혹은 소설 속에 등장했던 잊지 못할 그 ‘컴포트 푸드’에 관한 이야기.


마음으로 먹는 밥상
우유 카스텔라와 설탕 뿌린 토마토 간식_ 영화 ‘국가대표’ 중에서
진행자_ “어렸을 때 기억이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차헌태_ “하얀 설탕 뿌린 토마토요. 엄마가 자주 해주셔서 먹었습니다. 엄마는 왼손잡이였어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먹어본 적 있는 엄마가 만들어준 카스텔라는 입 안에 넣기만 하면 살살 녹았다. 우유 한 컵과 카스텔라 한 조각만 있으면 온 세상을 다 갖은 기분이었다. 그런가 하면 설탕 뿌린 토마토는 어떤가. 지금이야 설탕 하나도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고, 토마토에 설탕을 뿌려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며 대신 100% 천연 주스로 만들어 먹일 테지만 특별한 먹을거리가 없던 시절, 설탕 뿌린 토마토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동그란 통에 담긴 토마토를 다 먹은 뒤에는 꼭 토마토 국물까지 입맛을 다셔가며 말끔하게 마셔야 개운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들. 이제 설탕 뿌린 토마토는 화려해진 간식들에 밀려나 존재감이 가물가물해졌지만, 그 음식이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마음 깊이 담아두고 싶은 어린 시절 유일한 추억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 엄마와 헤어져 외국에 입양되었던 스키점프 선수 차헌태처럼.

재료
우유 1½큰술, 꿀 1큰술, 강력분 140g, 설탕 120g, 달걀 5개

만들기
1_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잘 분리한다.
2_흰자를 3~5분 정도 냉동실에 넣어둔다.
3_우유와 꿀을 섞고 전자레인지에 약간 돌린다.
4_2의 흰자를 냉동실에서 꺼낸 후 설탕 95g을 두세 번 나눠 넣으면서 휘핑기로 저어준다(거품기로 살짝 떠봤을 때 거품기 끝에 있는 뿔이 살아 있어야 잘된 머랭이다).
5_노른자에 설탕 25g을 넣어 저은 뒤 3을 섞고
4의 머랭을 반씩 나눠 섞는다.
6_5에 강력분을 체 쳐 넣으며 섞는다.
7_밀봉 카스테라 틀에 유산지를 깔고 170℃로 10분간 예열된 오븐에서 10분 동안 구운 뒤 160℃에서 40분을 구워낸다.


마음으로 먹는 밥상
인생과 비슷한 모습의 토란탕 _ 이현수 소설『토란』중에서
“쌀뜨물에 가라앉은 토란의 외양만 보고 만만히 다뤘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토란 뿌리는 먼저 면장갑을 끼고 팔목까지 올라오는 긴 고무장갑을 덧낀 다음에 만져야만 그 독한 성깔을 이겨낼 수가 있다. 보잘것없는 알뿌리라고 우습게 여기고 맨손으로 만지면 쐐기에 쏘인 것처럼 손이 화끈거리고 가려워서 밤잠을 설치게 된다. 토란 요리를 하면서부터 인생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무턱대고 가갸거겨만을 외우던 아이가 어느 날 자음과 모음의 조화를 한순간에 알아내듯이.”

소설에 등장하는 화자의 시아버지는 여자를 무시하며 평생을 방탕하게 산 사람이다. 시어머니는 불행한 결혼 생활의 울화를 ‘요리’로 풀었고, 이 둘은 아들의 생일날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그때 화려한 음식 사이로 보인 것이 바로 토란탕이다. 토란은 껍질을 벗겨 바로 조리에 들어가기보다 좀 우려서 아린 맛을 없앤 뒤에야 탕을 해 먹을 수 있다. 제멋대로 살아온 시아버지와 막 캐내 아직 요리 재료로 쓸 수 없는 토란이 어쩐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인생에도 토란처럼 꼭 제거해야만 하는 ‘아린 맛’이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는다.

재료
토란 450g, 소금 1큰술, 육수(쇠고기 양지 400g, 양파 1개, 대파 1대, 무 1/3개, 마늘 5톨, 다시마 10x10cm 2장, 통후추 1/2큰술, 물 1), 양념(대파 1/2대, 국간장ㆍ들깨 가루 3큰술씩, 다진 마늘 1큰술, 소금ㆍ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_토란은 껍질을 벗겨 쌀뜨물에 1시간 정도 담가둔 뒤 소금 1큰술을 넣고 15분 정도 끓여 건진다.
2_양지는 냉수에 3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빼고, 다시마는 흐르는 물에 씻는다.
3_양파와 무는 껍질을 벗겨 4등분 하고, 대파는 5cm 길이로 썬다.
4_냄비에 물을 붓고 끓으면 손질한 2, 3과 나머지 육수 재료를 넣어 40분 정도 끓인 뒤 밭쳐 국물만 걸러낸다.
5_육수에 1의 토란을 넣고 끓으면 양념 재료를 넣어 10분 정도 더 끓인다.


마음으로 먹는 밥상
최고의 보양식 닭백숙 _ 영화 ‘마더’ 중에서
도진 모_ “어거 먹어. 원래 경찰서에 들어갔다 오면 몸보신부터 하는 거야.”
도진_ “아이씨, 내가 알아서 먹거든.”
도진 모_ “이게 더덕이랑 구기자까지 넣고 푹 고은 거야. 심지어 정력에도 좋아.”
도진_ “오… 정력! 진짜?”

영화에서 백숙은 모자란 아들을 끌어안고 사는 엄마의 안타까운 모정을 대신한다. 동네 건달인 진태와 어울려 사고를 치고 경찰서에 끌려갔다 온 아들 도준을 위해 엄마가 준비한 음식은 닭백숙이다. 몸에 좋은 온갖 약재를 넣고 끓인 백숙을 마다하며 안 먹겠다는 아들과 어떻게든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는 엄마와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아들이 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풀려난 날에도 엄마는 다시 정성스럽게 온갖 약재를 넣은 백숙을 만들어 상에 올렸다. 엄마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보양식이 바로 백숙이기 때문이다.

재료
닭 1마리, 감자 2개, 양파 1개, 대파 2대, 대추 5톨, 마늘 7쪽, 양념(물 1, 소금 1/2큰술, 후춧가루 1/4큰술,)

만들기
1_닭은 흐르는 물에 씻어 날개 끝 부분을 자르고 기름기를 제거한 다음 끓는 물에 넣어 10분 정도 애벌 삶기를 한다.
2_양파는 껍질을 벗겨 4등분하고, 감자는 껍질을 벗겨 한 입 크기로 자른다. 대파는 손질해 4cm 길이로 썬다.
3_냄비에 분량의 물을 붓고 끓으면 1의 닭과 양파, 감자, 대추, 마늘을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 뒤 10분 정도 끓이다가 약한 불에서 10분 정도 더 끓여 먹기 전에 대파를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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