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은 봄맞이 밥상의 별미입니다
곰이 쑥 한 다발과 마늘 스무 개를 먹고 여자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하는 우리나라 개국설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쑥은 매우 신비한 약효를 지닌 식물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매우 귀하게 여겨온 들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느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제일 흔한 들풀로 떡, 국, 탕, 찜, 전, 밥, 조청, 차, 술, 과자 등 우리네 모든 음식에 거의 다 이용되어 왔고, 오랜 세월 동안 남녀노소 모두 즐겨 먹었다.
쑥은 알칼리성이며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 A가 많이 들어 있다. 독특한 향기가 있는 허브식물로 서양에서는 독초로 분류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음식뿐 아니라 약으로도 널리 써 왔다. 음력 5월 5일(단오) 전후에는 집집마다 쑥을 캐서 그늘에 말려두고 가족들의 상비약으로 썼는데 주로 복통, 구토, 지혈, 부인병에 많이 썼다. 하얀 털이 많은 잎은 말려서 뜸을 뜨는 데 쓰고, 다친 상처에는 생즙을 바르기도 한다. 말린 쑥을 태워 집 안의 나쁜 냄새를 없애고, 여름철에 날아드는 독충과 모기를 쫓는 데도 썼다. 단오에는 집에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말린 쑥을 문과 기둥에 걸어두기도 했으니, 우리 전통 생활 문화 속에 쑥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우리 민족의 옹근 얼에는 분명 쑥으로 빚어진 향기로운 결이 있으리라는 것도.
그리하여 지구촌 곳곳의 식재료가 넘나드는 지금도 봄만 되면 집집마다 밥상마다 쑥 요리가 빠지는 법이 없다. 국으로든 탕으로든 버무리로든, 한두 번은 봄맞이 밥상의 별미로 올린다. 그중에는 저 추억 속의 쑥개떡과 쑥버무리도 한 소쿠리 끼여 있다. 쌉싸래한 향내가 쫀득하게 혹은 부드럽게 씹히는 쑥개떡과 쑥버무리의 매혹…, 이 땅의 봄은 그렇게 이어져 왔다.기획 안지선 | 포토그래퍼 문덕관 | 여성중앙
떡 축에도 못 드는 ‘개떡’과 ‘버무리’
본래의 쑥개떡과 쑥버무리는 흉년 등으로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곡식의 껍질에서 얻은 속가루에 쑥을 듬뿍 넣고 만들어 겨우 허기나마 면하려고 먹던 보릿고개의 구황 먹을거리였다. 쑥에다 노깨나 메밀의 속나깨 또는 쌀의 속껍질(미강)이나 거친 보리 싸라기 따위를 반죽하거나 버무려 끓는 밥솥에 얹어 쪄내는 막음식이었다. 노깨란 체로 쳐서 밀가루를 뇌고 남은 찌끼이고, 나깨란 메밀의 가루를 체에 쳐낸 무거리이므로 쌀이나 다른 곡류로 만드는 옳은 떡류에는 끼지 못한다는 뜻에서 ‘개떡’이라 부르고, ‘버무리’라 불렀던 것이다.
그 눈물의 쑥개떡과 쑥버무리가 시절 따라 많이도 변하였다. 쌀이 흔해지면서 노깨나 나깨 대신 쌀가루를 쓰게 되었고, 쑥개떡의 경우 모양도 반듯하게 빚어 겉에는 콩고물과 참기름까지 바르니 이는 이름만 쑥개떡이지 실상은 쑥찰떡이 맞다. 더하여 요즘은 고운 쌀가루에 방앗간 기계로 쉬이 차지게 만들어 떡살문까지 찍어 한 틀로 뽑아내는 즉석 쑥개떡까지 생겨났다. 허나 어디 감히 그 맛을 견줄 수 있으랴. 또한 쉬이 찾아볼 수 있으랴. 손으로 일일이 찧고 치대고 버무려 가마솥 끓는 밥 위에 얹어 뭉근하게 쪄내는 진짜배기 쑥개떡과 쑥버무리의 그 정성 깃든 옛 맛을. 그래 해마다 요맘때면 천지 기운 먹고 쑤욱 돋아나온 햇쑥을 구하여 옛 방식 그대로 쑥개떡과 쑥버무리를 만들어 박물관 마당에 벗님들 모아놓고 봄맞이 모꼬지를 벌인다. 쑥으로 하여 한껏 행복해지는 봄, 봄이다.
쑥향기가득한 쑥버무리
봄맞이 향이좋은 쑥으로 만드는 쑥버무리 쑥설기 라고도 불리는 한덩어리로 된 무리떡의 일종
재료
쑥 ,미강과소금,쌀가루
- 1. 생쑥은 깨끗하게 다듬어 찬물에 서너 번 헹궈 소쿠리에 건져두고, 쌀가루는 정제염을 조금 넣고 고루 섞은 다음 체로 한 번 내려둔다. 대충 물기를 턴 쑥을 넓은 그릇에 담고 쌀가루를 고루 뿌려주며 가볍게 버무린다.
- 2. 찜솥에 베보를 깔고 김이 오르기 시작하면 2를 올리고 10분 정도 찐다.
- 3. 다 익으면 얼른 뚜껑을 열고 김을 뺀 다음 소쿠리에 옮겨 담아 식힌다.
쌀가루와 쑥을 버무릴 때 심하게 버무리지 말고 가볍게 가루를 묻혀주는 정도로 얼른 끝내고, 쑥에 묻어 있는 물기에 따로 물을 뿌리지 않아야 쑥버무리가 포슬포슬하게 익는다.
먹기 전에 콩가루나 잣가루 등을 뿌려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