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은맛 뒤 단맛 즐기는 보이차, 물 100도 가까이 끓여 뜨겁게 우려내야… 은은한 목책철관음 다 마신 후 찻잔 잔향까지 즐기도록
중국차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왔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카페에서도 보이차 등 중국차 메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알쏭달쏭한 이름, 천차만별인 가격, 복잡한 다도(茶道) 때문에 중국차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이에 대해 '중국차의 이해' 등 중국차 관련 서적을 출간한 김경우씨는 "집에 다기를 갖춰 놓고 좋은 차를 구해 마시면 좋지만, 처음 중국차를 접하는 사람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차를 가볍게 즐기면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씨의 추천을 받아 늦겨울,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중국차와 차 즐기는 방법을 소개한다.
#중국차의 대명사 '보이차'
중국차 중에서도 대표적인 보이차는 발효차의 특징상 겨울철 몸이 차가울 때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다른 음식처럼 차 역시 넘치게 섭취하면 속이 쓰려 부족하느니만 못하지만, 보이차는 많이 마셔도 비교적 인체에 부담이 없는 편이다.
중국에서는 보이차를 '중국 남서부 윈난(雲南)성에서 생산된 대엽종의 찻잎을 쇄청건조(햇빛으로 찻잎의 수분을 제거)시킨 모차를 원료로 사용하여 발효시킨 차'로 정의하고 있다. 윈난성 지역은 강수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크며 습도가 높아, 이 지역에서 생산된 찻잎은 쓰고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 성분이 풍부하다. 차를 넘긴 뒤 뒷맛을 즐기는 것이 보이차의 시음 포인트이다. 떫은맛이 사라진 뒤 입안 가득 단침이 고이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다양한 종류의 보이차가 수입돼 있고 가격이 천차만별이어서 자신에게 맞는 차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마셨을 때 매끄럽게 넘어가고 지나치게 단맛이 나는 것보다는 마신 뒤 단맛이 은은하게 도는 것이 좋다. 초보자가 즐기기에는 1편(350g)에 5만∼10만원 정도의 보이차면 충분하다.
#숭늉같이 구수한 '목책철관음'
목책철관음(木柵鐵觀音)은 숭늉같이 구수한 첫맛과 여운을 남기는 은은한 목탄향, 오랫동안 입안에 감도는 뒷맛이 특징이다. 다 마신 후 찻잔의 잔향까지 맡아보면 목책철관음을 100% 즐길 수 있다. 찻잔의 향을 즐기기 위해 깊은 잔에 마실 것을 권한다.
목책철관음은 대만 대북시 문산구 지역에서 생산되며, 과거 지명인 목책구에서 목책철관음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중국의 철관음보다 발효를 더 시킨다. 차를 만들 때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전통적인 방식의 손으로 만든 차 생산량은 적은 편이다. 좋은 목책철관음은 둥글게 잘 말려 있고 윤기가 흐른다.
#5가지 맛을 즐길 수 있는 '대홍포'
대홍포(大紅袍)는 중국 우이산(武夷山)의 바위에서 나는 암차로, 특유의 깊고 강한 맛을 낸다. 차에서 맛볼 수 있는 떫은맛, 신맛, 단맛, 짠맛, 쓴맛을 골고루 느낄 수 있어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맛의 여운도 길다. 또 구수한 향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거부감이 없다.
대홍포와 찻잎의 모양이나 맛이 흡사한 '육계(肉桂)'라는 차도 있다. 대단위로 조성된 차밭에서 많이 자라고 있어 대홍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섭씨 100도 끓는 물에 우려야 제맛
차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선물을 받거나 여행 중에 구입한 중국 차 한두 가지 정도는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중국차 중에서도 앞서 소개한 발효차 종류를 맛있게 마시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진갈색이 나는 게 발효시킨 차고, 녹색을 띤 차는 차는 발효시키지 않았거나 약하게 발효시킨 것이다.
녹차와 달리 중국차는 섭씨 100도에 가깝게 물을 충분히 끓여 뜨겁게 우려내야 제맛을 낸다. 인체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카테킨 성분도 섭씨 80도 이상의 물로 우렸을 때 많이 나온다.
찻잎이 많이 부스러져 있다면 가급적 양을 적게 넣는다. 차 부스러기에서 세포막이 파괴되어 함유된 성분이 한꺼번에 침출되며 떫거나 쓴맛을 내기 때문이다.
차는 습기, 열, 공기, 빛과 접촉하면서 맛과 향이 변질된다. 반드시 밀봉하고 투명하지 않은 용기에 넣어 섭씨 0∼5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차 보관용 냉장고에 보관한다면 차를 꺼내서 개봉할 때 미리 꺼내 실내온도와 동일하게 만든 다음 개봉한다. 바로 개봉하면 차가 쉽게 수분을 흡수해 원래 맛과 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고를 때는 찻잎의 크기가 균일하고 상태가 떡처럼 뭉개져 있지 않으며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다. 향은 잡냄새 없이 풋풋하면서 차 고유의 향을 지닌 차를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