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abc

맛깔스런 채식 요리법의 고수

"자유롭게 외식을 하는 게 어려워서 주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죠. 오늘도 도시락을 좀 싸왔어요. 같이 드세요." 작고 마른 체구에 동안의 외모가 인상적인 한서영씨는 오랫동안 비건 채식 요리 정보를 소개하면서 온라인 파워 블로거로 알려졌다. 도로시 엄마라는 닉네임으로 '도로시 엄마의 채식 요리 블로그(http://papillon1004.blog.me)를 통해 다양한 채식 요리법과 갖가지 정보를 올려 높은 조회수를 올린 것은 물론 얼마 전에는 그 인기에 힘입어 「도로시 엄마의 "폼"나는 채식 요리」를 발간하기도 했다.

"비건 채식을 하기 전까지는 비건이니 페스코니 채식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했죠. 제가 비건 채식을 시작하게 된 건 고모님의 영향이 커요. 제 고모님은 10년 넘게 비건 채식을 해오신 분이고 이미 채식을 통한 사회활동도 많이 하고 계시는 편이라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과도 친분이 있으세요. 그 덕분에 저도 비건 채식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죠." 처음엔 그저 다이어트를 해볼까 싶어서 채식을 시작했지만 이제 채식은 그녀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처음 그녀가 채식을 결심하고 나서 확고한 의지를 부여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그녀의 강아지 도로시였다. 우연히 돼지를 도살하는 동영상을 본 그녀는 더 이상 육식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함께 사는 도로시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비건 채식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하게 되었다고.

인기 블로거로서 많은 유저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그녀의 블로그에는 수준급의 채식 요리 소개와 레시피는 물론 대체 식품으로 일반인들이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요리법이 자세히 나와 있다. 그녀가 뛰어난 실력을 갖게 된 이유도 결국은 다 채식 덕분이라고. "저처럼 비건 채식을 하는 분들은 식사를 하는 데 제약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요리를 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고 자꾸 뭔가 색다른 맛을 찾아서 도전해보게 되죠. 요리 실력은 채식을 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옵션인 것 같아요." 최근에 그녀가 개발한 것은 다름 아닌 곤약초밥. 생선과 비슷한 질감을 지닌 곤약을 이용해 밥에 얹어 초밥을 처음 만들어봤는데 비슷한 질감을 내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그만큼 입맛은 기억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먹어본 동료들의 반응이 좋아서 곧 히트 상품이 될 조짐이 보인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대부분의 비건 채식을 하는 사람들처럼 그녀도 유기견을 돕는 활동과 같은 동물 애호인으로서의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채식을 하면서 콩과 두부, 현미를 줄곧 먹다 보니 오히려 육식을 하던 과거에 비해 살도 찌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한서영씨. 그녀는 비건 채식을 하면서 스스로 절제하고 편안한 마음가짐을 갖게 되어 오히려 요즘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저는 주변인들에게 채식이 좋다는 말은 하지 않아요. 물론 채식을 통해 건강해질 터이니 해보라는 강요도 안 하고요. 삶의 목표도, 살아가는 의지도 모두 스스로 느껴야만 제대로 실천하고 오래 지속된다고 보니까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게 귀찮지 않느냐고요? 아뇨. 오히려 저만의 시간이 더 많아져 행복한걸요."

비건 채식인들에게 추천하는 재료
곤약은 자체적으로 영양분이 풍부한 건 아니지만 수분이 90%이고 소량의 단백질과 당질이 들어 있다. 칼로리가 매우 낮아서 채식을 할 때 영양을 섭취하고자 먹는다기보다 다양한 요리를 응용해서 먹을 수 있는 요리라고 생각하는 게 좋을 듯하다. 삼색 곤약초밥은 곤약을 얇게 썰어 3가지 컬러로 조려 색을 입힌 뒤 현미밥에 레몬즙과 식초, 설탕을 적당히 넣어 곤약과 약간의 고추냉이를 더해 초밥의 형태로 만들면 된다.

동물 사랑에서 시작한 채식 사랑
싱어송라이터 박병규

"비건 채식은 생명을 존중하고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합니다"

콩나물엔터테인먼트의 제작자, 프로듀서, 뮤직비디오 감독, 그리고 싱어송라이터 '빼어날수'로 활동하고 있는 박병규씨가 비건 채식을 한 계기는 자신이 동물을 사랑하는데다 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현 대표가 채식을 한다는 걸 알면서 부터다. "처음 비건 채식을 하고 두 달도 안 되어서 실패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녁 모임이나 술자리가 많아지니까 힘들더라고요. 제가 비건 채식을 다시 하게 된 건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본 동영상 때문이에요. 동물이 인간을 위해 희생을 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고기를 먹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로 인해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면서 비건 채식을 다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여자들에 비해 남자들이 비건 채식을 시도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는 주변인들의 영향이 크다. 잦은 술자리와 회식으로 인해 마지못해 고기를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막상 채식을 한다고 알려도 고기를 먹으라며 채근하는 상사나 동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여자들에 비해 요리를 하는 일이 적은 남자들은 섭취 식품의 제한이 있는 비건 채식이 힘이 들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저도 요리를 할 줄 모르는데 매일 현미밥에 샐러드만 먹을 수 없으니까 난감했죠. 그런데 이런 저를 위해 채식 라면이 나온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을 만큼 비건 채식을 시작한 초반에 채식 라면과 채소만두로 비건 채식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엔 종류도 다양해지고 대체 식품도 많아져서 더욱 좋죠."

그는 비건 채식을 한 이후 체중 조절이 쉬워졌고 부쩍 몸이 건강해졌음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그로 인해 비건 채식이 소수 마니아의 생활방식에서 우리 삶의 중요한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고. "구제역이나 일본 방사능의 유출 영향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화학 첨가물이 다량 함유된 인스턴트 식품과 획일화된 사육법에서 자란 가축,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한 채소는 점점 인공화되고 있죠. 최근 들어 비건 채식을 시작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분들은 이러한 환경의 탓이 클 거라 생각됩니다."

그는 또 자신의 직업을 활용해 동물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일종의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것. 작년 초복에는 '제1회 유기동물 콘서트-다시 한 번 생명을'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을 맡아 많은 애견인들의 호응을 얻었다. 100% 자선공연으로 인간과 더불어 사는 동물을 사랑하고 아끼자는 취지에서 진행된 이 특별한 이벤트는 작년보다 더 큰 규모로 올해 2회째 공연을 개최할 예정이다. "많은 분들이 재능 기부를 통해 돈도 받지 않고 이 행사에 동참 의사를 밝혀주고 계십니다. 비건 채식을 한다는 건, 동물을 먹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여기는 공통된 마음입니다. 때문에 저 또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비건 채식을 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던 겁니다." 그는 틈만 나면 카페 한울벗채식나라와 한국채식연합 홈페이지는 물론 동물사랑실천협회에도 꾸준히 들러 그의 삶의 모토를 더욱 견고히 해나가고 있다.

"올해 계획 중 하나는 강아지의 마음을 주제로 한 애니멀 송을 제작하는 겁니다. 강아지에게도 그들이 표현하고픈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들이 부른 노래의 앨범을 제작하는 거죠." 동물을 사랑하고 비건 채식을 사랑하는 싱어송라이터 '빼어날수'에게 올해는 또 다른 자신을 시험하는 한 해가 될 듯하다.

비건 채식인들에게 추천하는 책

비건 채식은 단순히 '채식을 해야지'라는 마음에서 출발하면 실패하기 쉽다. 그래서 쉽고도 재미있는 채식 요리책과 비건 채식에 대한 목표와 신념을 소개한 책을 추천한다. 우선 김현경의 「참존채식밥상」과 존 로빈스의 「100세 혁명」을 꼭 읽어보고 비건 채식을 시작하라고 권유하고 싶다.